중국 고대사

은나라 멸망의 원인: 주왕(紂王)과 달기(妲己)

무창 강 2020. 6. 24. 21:18

 은나라의 멸망과 관련하여,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이름이 자신인데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폭군으로 유명하다.

 주라는 시호는 후세 주나라에서 붙인 것으로 의를 해치고 선을 훼손한다는 뜻이다. 은나라 주왕의 폭정이 얼마나 심했던지 주무왕은 그의 죄상을 여섯 개로 지적하였다.

 

 첫째, 술을 지나치게 탐닉하여 나라를 돌보지 않았으며, 둘때, 귀척 출신의 연륜이 있는 신하를 중용하지 않았으며. 셋째 간신배 같은 소인을 중용하였으며, 넷째, 여인의 말을 듯고 따랐으며, 다섯째, 운명은 하늘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으며, 제사를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등한시하였다.

 

그러나 주왕도 재위 초기에는 용맹스럽고 언변이 뛰어나며 능력있는 지도자이었다. 그는 아홉 마리의 소를 한 번에 끌어당길 수 있는 만큼 강한 힘을 가졌으며 호랑이를 단숨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용맹함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재주를 과신하여 천하에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 최고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지나치게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탐하였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거나, 반항하는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형벌로 처리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포락이라는 형벌이었다

 주왕 시절에 왕의 정치를 보좌하는 삼공이 있었는데, 그 세 사람은 구후, 악후, 서백이었다. 구후는 자신의 딸을 주왕에게 시집보냈는데 딸이 남편인 주왕의 음탕한 짓에 따르지않고 도리어 주왕의 지나친 음행을 지적하며 멈추어 줄 것을 청하였다. 화가 난 주왕은 구후의 딸을 죽이고 또한 장인인 구후도 죽여 버렸다. 그리고 구후의 시체로 젓갈을 만들었다. 이러한 악독한 짓을 보고 삼공 중의 한 명인 악후가 잘못된 처사라면서 불만을 제기하자 그 소리를 들은 주왕은 악후 마저도 죽여 버렸다. 그리고 악후의 시체를 포로 만들었다. 마지막 남은 서백이 이를 듣고 탄식을 하자 곁에서 그 모습을 본 숭후 호가 주왕에게 고자질하였다. 주왕은 서백을  유리 땅에 있는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서백은 나중에 주나라의 문왕이 된다.

 이러하듯 포악한 성격의 주왕의 뒤에는 폭정을 부추기는, 음탕하고 악독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달기라는 여자였다.

 달기는 소씨의 딸로 주왕에게 바쳐진 전리품이었다. 주왕은 달기의 미모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고 달기와 함께 음탕하고 포악한 짓들만 하였다. 달기는 하나라의 매희 못지않게 음란한 여자이었으며 임금이 폭정을 일삼게 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녀이었다. 달기는 응행과 같이 큰 눈을 가졌으며 얼굴은 홍도와 같은 색을 하였고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웠다.

 특히 달기는 도화장이란 화장을 하였는데, 이는 연지처럼 색깔별로 꽃잎의 즙을 짜서 얼굴에 바르는 화장법이었다.

 달기는 하나라 매희가 한 것처럼 주지육림을 만들어 주왕과 음탕하게 즐겼으며 백성의 세금과 노동으로 호사스러운 궁궐과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녹대라는 누각을 짓도록 하였다. 7년에 걸친 공사로 백성들의 생활은 피폐해졌고 조정의 재정은 어렵게 되었다. 

 어느날 달기가 주왕에게 하늘의 별을 따서 갖고 싶다고 하였다. 달기의 말을 들은 주왕은 녹대 위에 적성루를 만들어 주었다. 별을 따는 누각이다.

 그 후 주왕과 달기의 환락은 점차 도를 넘어 가학적으로 변해갔는데 그들은 포락의 형벌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는 웃고 즐겼다. 포락이란 뜨거운 불에 통째로 지지거나 태우는 것을 말한다. 구리로 만든 큰 기둥에 기름을 칠한 후 가로로 걸어놓은 다음 그 위로 사람을 걸어가게 하였다. 구리 기둥 아래는 장작 불을 지펴 놓았다. 덜어지면 그대로 불에 타서 죽게 되는 형태이었다. 주왕과 달기는 죄인들을 구리 기둥 위를 걷게 하였다. 만약 구리 기둥을 끝까지 걷는다면 죄인을 용서해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불 위에 걸쳐놓은 미끄러운 구리 기둥을 떨러지지 않고 걷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죄인들이 떨어지면 당연히 죄가 있거나 반역을 도모하였기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주왕과 달기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구리 기둥 위를 걷다가 불 속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고는 쾌감을 느끼며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채분이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을 깊은 구덩이에 밀어 넣어놓고 그 속에 독사와 전갈을 함께 넣어 처형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주왕과 달기는 녹대에서 주왕의 비빈들을 모아놓고 함께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주왕이 갑자기 모든 비빈에게 옷을 벗고 나체로 춤을 추어라 하고 명하였다. 비빈들은 부끄러움에 주저하였지만, 왕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하나둘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주왕과 달기는 그런 보습만 보고도 크게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그러나 비빈 중 72명은 옷을 벗지 않고 얼굴을 가린 채 울면서 명에 다를 수 없다 하면서 버텼다. 달기가 크게 화를 내면서 주왕에게 고하였다. "감히 대왕의 명을 거절하는 저들에게 가르침을 주셔야 할 듯합니다." 주왕이 달기에게 물었다. "어떠한 가르침을 주어야 하겠는가?"

 달기가 대답하였다. "적성루 앞에 다섯 장 깊이로 웅덩이를 판 후 그 웅덩이에 독사와 전갈 등을 집어넣은 다음 저들을 같이 밀어 넣는 것입니다. 독사와 전갈에 물리면 꽤나 아플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채분지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달기는 자기 말대로 사람들이 구덩이에서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다고 한다.

 한번은 달기가 배가 부른 임신부를 보고는 주왕에게 말하였다.

 "소첩은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남녀가 교접할 때에 남자의 정액이 먼저 여혈에 닿은 후 내려가면 음이 양을 안는 형태가 되어 반드시 남자아이를 낳으며 반대로 여혈이 남자의 정액에 먼저 이른 다음 내려가면 양이 음을 안는 형국이 되어 여아를 낳습니다."

 달기의 말을 들은 주왕은 도성의 임산부 십여 명을 잡아오게 하였다. 그리고 임산부들을 일렬로 세운 다음 달기로 하여금 태아의 성별을 맞추어 보라고 하였다. 달기는 일렬로 선 임산부들을 차례로 살펴본 후 태아의 성별을 말하고 주왕은 그때마다 임산부의 배를 갈라 달기의 말을 확인하였다. 임산부들은 고통과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목 놓아 울었다. 주왕과 달기는 피투성이가 된 채 비명을 지르는 임산부들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즐거워 하였다.

 

 주왕과 달기의 만행과 변태적 행위는 끝이 없었다. 그러나 조정에는 잘못을 지적하는 신하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다만 한 사람만이 주왕의 잘못을 두고 충언을 하였는데 그는 주왕의 숙부인 비간이었다. 비간은 주왕에게 달기를 멀리하고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는 직언을 자주 하였다.

 "선왕께서 베푸신 인정 즉 어진 정치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잔혹한 행위를 하지 마시고 또한 아녀자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길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달기는 자신을 음해하는 비간을 죽이고자 마음먹고는 주왕에게 자신이 심장이 좋지 않는데 심장병을 낫게 하려면 비간의 심장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비간은 항상 자신이 충신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조정의 여러 대신 앞에서 대왕의 채면을 손상하는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비간이 진절한 충신이라면 증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옛날 말에 성인은 심장에 구멍이 일곱게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러한지 비간의 심장을 한번 보아야 겠습니다." 주왕은 가뜩이나 사사건건 간섭하는 비간을 귀찮게 생각하고 있던 차, 달기의 말을 듣고는 숙부인 비간을 잡아드렸다.

 그러고는 달기의 말과 똑같이 하였다. " 평소 당신이 하는 말들은 성인들이나 하는 말인데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하니 당신의 심장을 한번 보고 싶소." 그때야 비간은 주왕을 바로 잡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비간은 스스로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 주왕에게 던져버리고 죽었다.

 

 은나라 왕족인 기자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는 주왕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일부러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며 다른 사람의 노예로 들어가 은둔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주왕은 기자를 잡아서 옥에 가두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자가 바로 오늘날 중국이 주장하는 기자조선의 기자이다. 기자는 후일 주나라 무왕에 의해 구해졌다.

 

 한편 또 다른 기록을 보면 주나라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인 주공 단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사전에 달기를 훈련해서 은나라 주왕에게 보냈다고 되어 잇다. 달기와 관련하여 인정할 만한 역사적 기록이나 고고학적 유물이 없으니 과연 실존 인물일가?라는 의심이 든다. 실존 여부를 떠나 음탕하고 나라를 망친 여자의 대명사로 달기는 훗날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국말 중에 달기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여우같이 요사한 년, 달기 같은 년을 뜻한다. 즉 음탕하고 요망한 여자를 총칭하여 말할 때 쓴다. 한편 유리 지역의 감옥에 갇혀 있던 서백은 여상 강태공의 조언에 따라 재물과 땅을 주왕에게 바치고 풀려났다. 서백의 둘때 아들이 복수를 다짐하였다. 나중에 서백이 죽자 둘째 아들이 왕위를 잇는데 그가 바로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건국한 무왕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이자 폭군인 주왕은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옷을 입고 자신이 만든 녹대에 올라가 불을 지르고 불에 휩싸인 녹대와 함께 운명을 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