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 속 인물

송나라를 세운 참모 '조보'趙普

송 태조 조광윤을 도와 그로 하여금 어지럽던 세상을 통일시키고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로 만든 사람은 바로 조보라는 인물이다. 태조 조광윤은 신중하고 항상 반성하는 태도를 지닌 인물이었던 반면 결단력이 약했는데, 이를 보완해 준 인물이 바로 조보였다.

후주 시대에 남당을 공격할 때 조광윤의 아버지 조굉은은 아들과 함께 출정했다가 과로로 사망하였다. 이때 조정에서 파견되어 조굉은을 지극하게 간호했던 사람이 조보였고,이를 계기로 하여 조광윤과 조보의 관계가 맺어졌다. 조광윤은 처음 조보를 보고 `이 사람은 기 이다!`라고 생각하여 항상 자기 옆에 있도록 하였다.

조보는 조광윤를 황제로 만든 공신 중의 공신으로서 조광윤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루게 한 중추적 인물이였다.

태조 조광윤은 즉위한 이래 자주 신하들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였다. 재상 조보도 황제가 언제 자기 집을 방문할지 몰라 집에 돌아와서도 의관을 벗지 않았다.

어느 겨울밤,눈이 몹시 내렸다. 밤도 이미 깊었다. 조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니 오늘은 오시지 않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보는`이 밤중에 누굴까?`하며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거기엔 태조가 혼자 눈 속에 서있었다. 조보는 황공해하면서 태조를 집안으로 모셔들이고는 방석을 여러 개 포개서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아내에게 술을 권하도록 하였다.태조는 조보의 아내를 누님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밤이 깊어 몹시 추운데 어떻게 납시셨습니까?`` 조보가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태조도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영 잠이 오지 않는구려.내 침대 밖은 모두 남의 집 같아서 쓸쓸하기만 하오. 오늘 밤엔 경의 얼굴이 보고 싶었소.`` 조보가 넌지시 물었다.``폐하께서는 천하가 좁다고 하시는 것입니까?지금이야말로 남정을 하거나 북벌을 하기엔 다시없는 좋은 시기입니다.폐하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이에 태조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 북벌을 해서 어떻게든 태원을 빼앗고 싶소.``조보는 한동안 잠자코 있더니 ``그건 저로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일 입니다. 태원은 서쪽으로 서하와 접하며 북쪽으로는 거란과 맞대고 있습니다.만약 군사를 일으켜 태원을 빼앗는다면 서하와 거란의 공격을 우리 혼자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태원은 공격만 하면 금방 손에 넣을수 있겠지만,잠시 접어두셨다가 다른 나라를 평정한 뒤에 공격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태조는 빙긋이 웃었다.``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잠시 경의 생각을 알아보았을 뿐이오.``그 뒤 태조는 군사를 내어 남쪽을 완전히 평정하였다.

 

솥이나 냄비에도 귀가 있다

 

엔젠가 조보가 태조에게 어떤 사람을 추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않았다.조보는 이튼날 또 아뢰었다.그러자 태조는 크게 노하여 그 서류를 찢어버렸다.하지만 조보는 찢어진 서류를 주워서 풀로 붙여 그 이튼날 다시 태조에게 받쳤다.이에 태조도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마침내 자기 잘못을 깨닫고 수락하였다.

또 언젠가는 어떤 신하가 공을 세워 그의 벼슬을 올려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하지만 태조는 그 사람을 싫어하고 있었으므로 조보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보는 극력 주장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태조가 물었다.``내가 끝가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소?``그래도 조보는 굽히지 않았다.

``상벌은 항상 천하에 공평해야 하는데,어찌 폐하 한 분의 감정의 의하여 그것을 함부로 좌우하겠겠습니까?``

그런데도 태조는 허락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보는 태조 뒤를 따라갔다.태조는 내전으로 들어거더니 문을 닫아 걸었다.조보는 계속 문 밖에 서서 물러가지 않았다. 결국 태조는 수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달이 차면 이지러지는 법.

조보는 항상 커다란 독을 갖춰 놓고 황제에게 올리는 글 가운데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모조리 독 속에 처넣고 태워버려 아예 황제가 볼 수 없도록 하였다. 조보가 남에게 비난받은 것은 거의 이 일 때문이었다.

조보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그는 천자의 조서를 받고서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재상의 자리의 나아가 정사를 아뢰고 물러나 이것을 맡은 사람에게 인계해 주지도 않았다.또 재상의 도장을 찍는 중요한 일도 하지 않았고, 회의에 참석하여 정치를 논하지도 않았다.

한번은 조보의 부하들이 조보의 명령에 따라 형벌을 마음대로 조정하자,판관으로 있던 뇌덕양이라는 사람이 태조를 찾아가 아뢰었다.``조보 재상은 권력을 이용하여 남의 집을 강제로 사들이고, 또 뇌물을 받아 재산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태조는 버럭 화를 냈다.``솥이나 냄비에도 귀가,있는데,너는 조보 재상이 이 나라의 기둥이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않았느냐?``

그리고는 즉시 뇌덕양을 좌천시켜 버렸다.몇 년이 지난 뒤 이번에는 뇌덕양의 아들이 조보의 부정을 들춰내 상소하였다.그렇게 되자 이제까지 조보를 그렇게도 신임해 왔던 태조도 점점 그를 경계하게 되었다.그리하여 결국 조보는 재상에서 파면되고 말았다.그러나 태조가 세상을 뜨고 태종이 그 뒤를 잇자 조보는 다시 재상의 자리에 복귀 하였다.

 

한 권의 논어로 두 황제를 돕다

 

송나라 태조와 태종 두 황제를 보좌했던 조보는 태조를 도와 천하 통일을 이루는 데 커다란 공이 있었고 치세에서도 탁월한 공을 세운 명재상이었다.조보가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태종은 ``조보는 대사를 과단성 있게 능히 결단했으며,그야말로 진정한 사직의 신이었다.``며 비통해했다.

조보는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흠이 있었다.언젠가 태조로부터 책을 읽으라는 권고를 받은 뒤로 그는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조보는 조정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을때면 그 전에 혼자 방에서 책을 읽었다.그가 죽은 뒤 집안 사람들이 그의 책궤를 열어보니 그 속에 논어 한 질이 있었다.

조보는 생전에 태종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논어 한 질을 가지고 있는데,그 절반은 선제를 도와 천하를 평정하는 데 썼고,절반은 폐하를 도와 천하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썼습니다.``

실로 논어는 그 반권만으로도 능히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고 또 천하를 잘 다스릴 수 있을 정도로 보물과도 같은 고전이었던 것이다.

 

소년 시절에 배우면 장년에 도움이 되고,

장년에 배우면 늙어서 쇠하지 않으며,

노년에 배우면 죽어도 썩지 않는다.

'역사 속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지가 된 부호 등통(鄧通)  (0) 2020.05.05
천하 제1색 양귀비(楊貴妃)의 사랑  (0) 2020.05.02
한신(韓信)  (0) 2020.04.28
한 고조 유방(漢高祖 劉邦)  (0) 2020.04.24
기묘한 계책과 용병술 강태공  (0)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