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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

초(楚)나라 춘신군(春信君)

초나라 대신 춘신군(春信君)의 이름은 헐(歇)이며 성은 황(黃)씨이다. 

사공자 중에 춘신군만 왕족 출신이 아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왕족 출신이었다. 춘신군은 초나라 회왕의 아들인 경양왕(頃襄王) 시절에 주로 활동하였다.

당시 초나라는 진나라에 의해 제압당한 상태에 있었다. 초나라 충신 굴원이 자결한 그해에 초 경양왕이 동쪽에 있던 군사들을 규합(糾合)한 후 진나라를 공격하여 열다섯 개의 읍을 수복하였다. 그러나 이미 국운이 많이 기울어진 상태이라 진나라와 전쟁을 계속할 여력은 없었다. 결국 경양왕은 태자 웅원(熊元)을 진나라에 볼모로 보내고 진나라와 화친을 하였다. 그때 볼모로 가는 태자를 수행한 사람이 춘신군이었다.

태자가 볼모로 진나라에 가 있던 중 경양왕의 병세가 악화되었다. 소식을 들은 춘신군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몰래 태자 웅원을 진나라에서 탈출시켜 초나라에 돌아가게 하였다. 경양왕이 즉위36년, 즉 서기263년에 서거하고 태자 웅원이 즉위하니 그가 바로 초 고열왕(考烈王)이다.

진나라에 혼자 남은 춘신군은 초나라 태자가 도망간 사실을 알고 불같이 화를 내는 진 소왕 앞에서 자신을 죽이라고 당당히 말하였다. 그때 진나라 재상 범저가 진 소왕에게 진언하였다. 범저는 볼모로 잡혀 있던 초나라 태자와 각별한 사이였다.

"춘신군이 초나라로 돌아가면 그는 필시 초나라 국정을 맡는 최고 책임자가 될 것입니다. 용서하시고 그냥 초나라로 돌아가게 하면 춘신군도 대왕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초나라와 화친하는것이 좋을 듯합니다."

범저의 말 한마디로 춘신군은 목숨을 건져 초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그의 두둑한 배짱이 태자도 살리고 자신의 목숨도 살렸다. 초나라로 돌아온 춘신군은 재상이 되어 고열왕을 모시면서 국정을 돌보았다. 그는 강동 땅을 분봉 받고 춘신군이라는 봉호도 받았다. 초나라에서 재상으로 20여 년동안 있으면서 초나라를 위해 큰 업적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도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의 탁월한 국정 운영으로 쇠퇴해 있던 초나라는 점차 국력을 회복하기 시작하였다. 진나라의 공격을 받아 고전하던 조나라의 평원군이 구원을 요청하자 춘신군이 직접 구원병을 이끌고 출정할 정도로 자신감도 생겼다.

당시 진나라의 공세에 천하가 합종하여 대응을 하였는데 연합군의 대장군으로 춘신군이 추천한 초나라 임무군(臨武君)이 임명되었다. 그런데 임무군은 과거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번번이 패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조나라 대부인 위가는 걱정이 되어 춘신군을 찾아왔다. 춘신군과 독대한 위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였다.

"갱영(更嬴)이란 사람이 위나라 왕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때 기러기 한 마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갱영이 활의 시위만 튕겨서 기러기를 잡아보겠다고 하였습니다. 화살도 없이 시위만으로 기러기를 잡겠다는 갱영을 향해 위나라 왕은 자신을 놀린다고 하면서 화를 내었습니다. 하지만 갱영은 빈 활의 시위를 튕겼습니다. 그러자 그때 날아가던 기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위나라 왕은 궁술의 대가인 양유기도 당신을 따라갈 수가 없겠소! 하며 감탄을 하였습니다. 갱영이 대답하였습니다.

'폐하! 사실은 저의 궁술이 뛰어나서 기러기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고 기러기가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기러기가 허공을 낮게날면서 울음소리도 처량했습니다. 그러고 멀리 날아가지 않고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소신이 활을 튕기자 기러기는 자신을 향해 화살이 날아오는 것으로 지레 겁을 먹고 떨어진 것입니다.'

갱영의 말을 들은 위나라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고 합니다."

위가는 이야기를 마친 후 계속 말하였다.

"연합군의 대장군으로 임명된 초나라 장군 임무군은 그동안 수차례 진나라와의 전쟁에서 연이어 패하였습니다.임무군은 활시위 소리에 놀라 땅에 떨어진 기러기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진나라 군대만 보아도 벌벌 떨 것입니다. 춘신군께서는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 임무군을 교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위가의 말이 너무나 타당한지라 춘신군은 즉시 임무군을 교체하였다. 경궁지조(驚弓之鳥)의 성어가 생긴 연유이다. 즉 화살에 놀란 새가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 혹은 한번 놀란 사람이 조그만 일에도 겁을 내어 위축된다는 뜻이다.

그 이후 더욱 국력을 축척한 춘신군은 북벌을 감행하여 노나라를 정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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